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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빌라

[창작] Shake That





* 대학 다닐때 과제로 썼던 짧은 글입니다.


주제는 무려 "사랑과 성묘사"

나름대로 야하게 묘사해봤으나

교수님은 더 야한 걸 원하셨나봅니다.



...이교수, 절대 잊지 않겠다. 으르렁...






[창작] Shake That



"Shake that ass for me, shake that ass for me.

Come on girl,

shake that ass for me, shake that ass for me."



좁은 클럽 안을 가득 채우는 노랫소리,

자욱한 담배연기와 현란한 조명 아래

미친 듯이 몸을 흔드는 사람들.

봉에 매달려 몸을 비비던 여자들이

내 앞으로 와 엉덩이를 흔들어댄다.

스치는 피부는 끈적끈적하고 뜨겁다.

지린 땀냄새에, 독한 샤넬코코의 향이 더해져 역하다.




나는 어느새 구석으로 밀려나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차가운 벽에 찰싹 달라붙어 땀을 식힌다.

몸을 기울여 왼쪽 귀와 왼쪽 가슴을 벽에 밀착시키자

스피커 앞에서 느꼈던 것 보다 더 강한 진동이 내 몸을 두드려댄다.




음악이 잦아든다.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나의 귀와 머리와 심장을 채우던 그 무엇들도 빠져나간다.

노래가 멈춘다.

심장의 울림이 둔해진다.

21g 정도 가벼워진 몸이 문 밖으로 내몰린다.




새벽 다섯 시의 홍대 앞 거리는 찬바람이 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차례로 택시에 오른다.

택시는 손님을 싣고 살짝 울렁이더니 간다.

뒤이어 다른 택시가 선다.

싣고 울렁이고 가면, 또 와서 싣고 울렁이고 간다.

계속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속도 울렁거린다.

불과 두 시간 전에 목을 타고 내려갔던 테킬라가

다시 올라오려고 한다.




우툴두툴한 벽에 한 손을 대고 허리를 숙이자마자

신물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주먹으로 입가를 훔치고 돌아서는데

담벼락 밑에 희끄무레 한 것이 보인다.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니 세일러복을 입은 여자다.

취했는지 벽에 기대 앉아 자고 있다.

허리까지 내려온 검은 생머리가 얼굴을 다 가렸다.

하얀 상의에 맨 붉은 삼각타이가 헐겁다.

주름진 남색치마가 바람에 살랑인다.

길게 뻗은 하얀 다리에는 검은색 오버니삭스와 에나멜구두.




그녀가 왜 세일러복을 입고 있는지,

왜 여기 잠들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냥 마음이 동한다.

아직 어둡다.

얼른 그녀를 등에 업는다.

축 늘어져서 묵직하지만

몸에 닿는 피부가 시원하기에 불쾌하지 않다.




고시원의 침대는 많이 낡았다.

그녀를 아주 조심히 내려놓았는데도 어김없이 삐거덕 소리가 난다.

창피하다.

그녀가 깨어나 초라한 고시원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녀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깊게 잠들어 있다.

구두를 벗긴다.

이미 헐겁게 된 삼각타이를 푼다.

상의를 위로 젖히자, 놀랍게도 동그란 젖가슴부터 보인다.

속옷도 입지 않고 흰 상의를 입는 대담한 아가씨다.

혹시? 역시! 치마를 들추어 보니 아래 또한 그렇다.




급하게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는다.

너무 마른 것이 안타깝다.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이다.

클럽 안의 차가운 벽이 생각난다.

몸이 간질간질하다.

후끈거린다.

한계다.

모르겠다.



바지를 반쯤 벗고

그녀의 매끈한 두 다리를 들어 내 어깨에 걸친다.

젖지도 않은 입구로 무리하게 진입한다.

어쩐지 웃음이 나온다.

미지근하고 빡빡하다.




그녀의 허벅지를 붙잡고 내 허리를 움직이자

그 움직임에 맞춰 그녀의 몸이 힘없이 흔들린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

메마른 입술을 혀로 축인다.

짧은 입맞춤, 짧은 절정.

바지를 올려 입는다.




그녀를 그대로 남겨두고 고시원을 나온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길게 마셨다가 뱉어낸다.

한숨이 뿌옇게 퍼진다.




이제 저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작성자 : 만복빌라
출처 : 행복한 마조히스트(sweetpj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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