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무섭다.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이상했다.
어머니가 무섭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아예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비위를 맞춰 드려야했다.
나는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기 때문에
그 감정을 깨닫지 못한 척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해 보려고 한다.
나는 죽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왜 무서운 걸까?
어머니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보통」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걸 깨닫자 차례차례 생각나는 여러 이상한 행동들.
어머니는 벌레가 따라 온다고
편지를 주고받는 걸 금지하셨다.
자동응답 녹음에 벌레 소리가 들어간다고 전화선을 끊으셨다.
집안 곳곳에 살충제나 방충제가 있었다.
당시의 총리대신이 연설하면서 벌레를 뿌린다고 장담하셨다.
벌레를 잡아야 한다고 매일 몇 시간이나 목욕을 하셨다.
내 머리에 벌레가 바글거려서 더럽다며
애완동물용 벼룩퇴치 샴푸로 머리를 감게 하셨다.
벌레가 붙어 있다며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은 내 몸을 마구 때렸다.
애초에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때려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어머니의 폭력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언니와 나는 서로를 의지하며 공포를 견뎠다.
어느날 목욕탕에 바퀴벌레가 나왔다.
배수관을 타고 올라 왔을 것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깨끗한데 벌레가 나올 리가 없다며 광분하셨다.
언니가 일부러 벌레를 끌어들였다고 몰아세우셨다.
그리고 언니를 벌레녀라고 몰아붙이고 집에서 종종 내쫓았다.
내가 항상 쫓겨난 언니를 몰래 집에 들어오게 했다.
언니와 이야기하다 들키면 벌레가 옮는다고 소리를 지르셨다.
언니는 나와는 다르게 똑똑해서
지금까지 뭘 하든 칭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는 집을 나갔다.
그 다음은 내 차례였다.
벌레녀라고 몰려 집에서 종종 내쫓겼다.
나를 몰래 집안에 들여 주는 사람도 없었다.
어떻게든 집에 들어가더라도
어머니는 한밤중에 나를 흔들어 깨워 몰아붙이곤 했다.
어릴 때부터 계속 들었던 그 말.
모두 네 잘못이다. 넌 나쁜 아이다.
어느날 밤,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눈을 떴다.
베갯머리에 어머니가 앉아 계셨다.
내 귀에 대고 「죽어라… 죽어라…」라고 속삭이고 계셨다.
나는 계속 자는 척 했다.
잠시 후에 어머니가 방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 오셨다.
이윽고 다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눈을 슬쩍 떠보니 어머니가 뭔가 손에 들고 씨익 웃고 계셨다.
그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살해당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까 어머니,
더 이상 나를 탓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