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점집이 있었다.
이 점집은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점쳤다.
바로 「만약에 점」이다.
누구든 그 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고르지 않았던 미래를 알 수 있다면
누구든 그걸 당연히 알고 싶어할 것이다.
「저기, 점 좀 보러 왔는데요」
작은 빌딩 1층,
점쟁이 노인이 개점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여자 한 명이 점집에 들어 왔다.
얇은 회색 정장을 입은 회사원이었다.
「예 여기 앉으십시오. 어떤 게 궁금하십니까?」
「얼마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요.
지금은 새 남자친구를 만나는데 아무래도 잘 안 맞는 것 같아서요.」
「그러니까 만약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그게 궁금하신 거군요?」
「네, 맞아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다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자, 이 수정을 봐 주세요.」
점쟁이는 눈앞의 수정에 손을 대고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우다가 여자에게 질문을 몇 개 던지다가 또 다시 주문을 외우고.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점쟁이가 조용히 말했다.
「결과가 나왔습니다. 종이에 써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점쟁이는 쪽방에 들어가더니 5분도 되지 않아 돌아왔다.
「여기 모두 써 왔습니다. 그럼 이제 복채를 주시지요.」
「네. 그런데 왜 결과를 종이에 쓰세요? 그냥 말씀하셔도 될 텐데?」
「저도 옛날에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복채도 안 내고 나가버리는 사람이 생겨서
이렇게 종이에 써서 드립니다.」
「어머, 그러셨구나. 여기 복채 받으세요.」
여자가 복채를 지불하자 점쟁이는 결과를 적은 종이를 건네줬다.
여자는 불안과 기대, 그리고 공포가 섞인 표정으로 점집을 나섰다.
점쟁이는 여자를 보낸 후 다시 쪽방에 들어갔다.
거기에는 점쟁이와 공동경영자인
안경잡이 청년이 PC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 청년은 반년 정도 전에 이 점집에 손님으로 왔다가 채용되었다.
청년은 소설가 지망생이었는데
글은 잘 쓰지만 항상 어두운 이야기밖에 쓸 수 없다며
어떻게 해야 할 지 상담하러 왔었다.
점쟁이는 그런 건 프로 소설가한테 물으라고 하려다가
반짝, 묘안이 떠올랐다.
바로 만약에 점이였다.
점쟁이가 손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면
청년이 그걸 듣고 상상해서 글을 썼다.
청년이 쓴 생생하고 오싹한 문장은
그걸 읽는 사람을 겁주기에 충분했다.
「근데 매번 어두운 이야기만 써도 괜찮을까요?」
「괜찮지.
만약에 지금이랑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 지 물어보려고 오는 사람은
자기가 그때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려고 오는 거니까.
만약에 다른 선택을 했다면 행복했을 거라고 하면 나한테 화를 내겠지.」
「아, 그렇군요.」
원래 타인의 불행은 달콤하다.
그리고 다른 선택사항을 고른 자신은 이제 타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