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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빌라

판다





판다


만복빌라



이천팔년 칠월 십삼일,

여자는 커다란 판다 인형 옷을 입고

강남의 어느 미용실 앞에 섰다





원더걸스의 텔미를 추며

명함크기의 전단을 나누어 주는

판다의 얼굴은 웃고 있다





행인1이 저 안에 에어컨 달려있다며 낄낄대도

아이3이 정체를 밝히라며 발로 차대도

여고생 무리가 씨발 존나 덥다며 인상을 써대도





여자는 없다,

거기에 연신 웃는 표정의 판다가 있다





대나무가 없는 강남

칠월의 태양

그리고 도시의 인간들은

판다에게 참으로 가혹했다





판다의 등에 달린 지퍼를 쭉 잡아 내리자

미끌거리는 액체를 잔뜩 뒤집어쓴 여자가

머리부터 쏟아져 나온다





여자의 젖은 손에 이만오천원이 꾹 쥐어진다





더운 바람이 훅 불자

여자는 고개를 까딱 하고

대나무가 없는 강남을 지나

칠월의 태양 아래

도시의 인간들 속으로 사라진다





어디선가 짠내가 난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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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발 존나 덥다며 "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시.


작성자 : 만복빌라
출처 : 행복한 마조히스트(sweetpj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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