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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가 번역하는 감동

[pya] 고래




오랜만에 친척들이 다 모였다.



그 중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자신감에 넘쳐

자기 자랑을 끝없이 해댔다.

한참 옛날이야기를 지루할 정도로 반복했다.



그 분은 아버지의 숙부였다.

다들 그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어려서 아무도 그 잘난 척을 멈출 수 없었다.



아버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서

혼자 방구석에서 멍하니 약주를 한 잔 하고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그게 거슬렸는지 아버지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봐! 너! 내 말 듣고 있냐?」

「네? 아, 전혀 안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였는데요?

  아, 참. 그런데 말입니다. 고래는 무지 커요. 알고 계셨어요?」



아버지는 쌩뚱맞은 말을 꺼냈다.

무지 어이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알고 계셨습니까?」

「아, 알지.」

「우와 대단해. 어떻게 아세요?

  고래가 숙부님 댁에 자기가 얼마나 큰 지 설명하러 왔었나요?」

「바보 같은 놈! 고래가 왜 오냐!

  그런 건 하나 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동네 꼬마애도 다 아는 거잖아!」

「그렇죠. 정말로 큰 거에는 자질구레한 설명 따위 필요 없죠.」



빵 터질 뻔 했다.

주위 사람들도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그 할아버지는 할 말을 잃었다.

새빨간 얼굴로 아버지를 노려 볼 뿐.



얼어붙은 분위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아버지는 능청맞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숙부님 말씀을 끊었군요.

  그냥 혼자 고래를 좀 생각하다가 그만...

  뭐 그건 그렇고 아까 무슨 말씀 중이셨죠?」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 할아버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자기 자랑을 계속할 분위기도 아니고.



「아, 그래요? 그럼 여러분, 계속 말씀들 나누세요.

저는 여기서 혼자 술 좀 마시면서

고래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게 있거든요.」





...아버지!

혼자 그렇게 무사태평하게 술이나 홀짝대지 말고

이 분위기 좀 어떻게 해 달라구요!





번역 : 행복한 마조히스트(sweetpj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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