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3:16:06.88 ID:47E+bBDh0
사신 「핵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전부 죽었다」
사신 「후, 그 영혼들을 다 사냥하는 것도 참 힘들었어……」
사신 「온 세상 인간이 한 번에 다 가버렸다구. 좀 봐줘라」
사신 「인간 사냥도 다 끝났고,
생물이란 생물은 다 죽어버렸고, 할 일이 없다」
사신 「……이제 나도 니트인가?」
사신 「……하아~」
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3:34:40.86 ID:47E+bBDh0
사신 「……아, 보이는 건 온통 불탄 들판 뿐」
사신 「어이쿠. 건물잔해 때문에 걷기도 힘드네……」
사신 「여기도 방금 전까지 인간들이 넘쳐흘렀었는데」
사신 「산뜻하니 기분 좋네」
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3:46:46.20 ID:47E+bBDh0
사신 「그나저나 뭐 할 일 없나?」
사신 「어디 살아남은 녀석 없을까?」
근처를 둘러보는 사신.
사신 「……없구나, 역시」
사신 「……하아~」
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3:54:46.33 ID:47E+bBDh0
사신 「……오오, 시체 투성이네」
사신 「방해 되잖아」터벅터벅 물컹물컹
사신 「새빨개. 토마토 같아」터벅터벅 물컹물컹
사신 「토마토, 토마토♪」물컹물컹 물컹물컹
사신 「……지겨워」
1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4:04:54.10 ID:47E+bBDh0
사신 「개미 한 마리도 없구나」물컹물컹
사신 「벌레 한 마리 정도는 살아남지 않았을까?」
물컹물컹
사신 「사냥하는 즐거움이 없다니 시시해」
사신 「사냥 말고 뭔가 재미있는 놀이 없나?」
두리번두리번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는 사신.
사신 「아」
겹쳐진 시체들 틈에서 비교적 상태가 좋고
예쁜 소녀의 시체를 끌어냈다.
사신 「이 녀석 괜찮다」
1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4:11:39.22 ID:47E+bBDh0
소녀의 시체를 질질 끌면서 정처 없이 걷는 사신.
사신 「오. 저거 좋네」
반 쯤 부서진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간 사신.
집안은 엉망진창으로 탔고 창문도 거의 다 깨졌다.
사신 「지저분하군. 뭐 됐어」
사신, 소녀의 시체를 의자에 앉힌다.
조용히 의자에 기댄 소녀.
사신 「……음, 됐다」
1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4:20:07.43 ID:47E+bBDh0
소녀 「……」
사신 「응? 뭐 하느냐고?」
소녀 「……」
사신 「소꿉놀이」
소녀 「……」
사신 「나는 아빠. 너는 엄마」
소녀 「……」
사신 「잠깐만 기다려. 아이 좀 찾아올게」
소녀 「……」
사신 「네네, 다녀오겠습니다」
사신 「……나도 참 허무한 놀이 생각했군.
뭐, 어차피 한가하니까 괜찮겠지?」
1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4:25:31.17 ID:47E+bBDh0
사신 「아이~ 아이~」
시체를 마구 짓밟으며 돌아다니는 사신.
사신 「오, 이건 좀 어떨까?」
산처럼 쌓인 시체 틈에서 끄집어 낸 아이,
살이 거의 벗겨져 하반신은 거의 뼈만 남은 상태.
사신 「이딴 거 필요 없어」휙~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아이의 시체.
‘퍽’하는 생생한 소리를 내며 황무지에 떨어진다.
사신 「이거 말고 좀 괜찮은 시체 없을까?」
1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4:39:38.08 ID:47E+bBDh0
사신 「……이건 어떨까?」
5~6세 정도?
상태가 좋은 사내아이의 시체가 있었다.
사신 「이걸로 하……어라?」
사내아이의 시체를
그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시체가 세게 꼭 껴안고 있다.
죽을 때 자기 아이를 감쌌겠지.
엄마는 온몸이 검게 그을렸다.
사신 「귀찮군. 어이, 떨어져, 어이」
무리하게 모자를 떨어뜨려 놓는 사신.
사신 「좋~아. 괜찮은 녀석 주웠구나」
아이를 매달고 무척 기분 좋게 돌아가는 사신.
까맣게 탄 엄마는 아이를 껴안은 포즈로 굳었다.
사신 「후후~♪」
1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4:49:02.19 ID:47E+bBDh0
사신 「다녀왔습니다」
소녀 「……」
사신 「아이 찾아왔어. 어이!」
거꾸로 달랑달랑 매달린 아이의 시체를
소녀의 시체 앞에 들이대는 사신.
사신 「신혼 생활. 러브러브하고 따뜻한 가정.
그런 설정으로 하자?」
소녀 「……」
사신 「근데 이 아이 이름은 뭘로 하지?」
소녀 「……」
사신 「……」
소녀 「……」
사신 「무슨 말이라도 해봐 이 쓰레기야」
2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4:57:04.04 ID:47E+bBDh0
사신 「……지겨워」
아이의 시체를 유리가 깨진 창문에 휙 던진다.
소녀 「……」
사신 「니가 말하지 않으니까」
소녀 「……」
사신 「너도 버릴까?」
소녀 「……」
사신 「……귀찮아」
사신, 반쯤 탄 침대 위에 털썩 눕는다.
사신 「아, 다 귀찮다. 심심해, 너무 심심해」
소녀 「……」
사신 「말 좀 해보라구」
소녀 「……」
2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03:40.56 ID:47E+bBDh0
사신 「아, 죽고 싶다」
소녀 「……」
사신 「알아? 사신은 안 죽어」
소녀 「……」
사신 「이런 시체 투성이 세계에서 영원히 외톨이야」
소녀 「……」
사신 「아~아, 지랄맞게 시시해」
소녀 「……」
사신 「죽고 싶다아~」
소녀 「……」
휴대폰으로 이동합니다.
2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16:38.06 ID:v/28oyapO
창문으로 지구의 참혹한 모습을 바라보는 사신.
사신 「좋은 경치구나. 아무것도 없어서 아름다워」
소녀 「……」
사신 「……심심하다아~」
소녀 「……」
사신 「지구는 끝났구나.
이제 생물 같은 건 영원히 나타나지 않겠지」
사신 「심심하다……」
소녀 「……」
사신 「……하아~」
2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23:38.22 ID:v/28oyapO
사신 「자기가 만든 물건 때문에 전멸하다니,
인간이란 건 참 이상한 생물이야」
소녀 「……」
사신 「미쳤구나. 너도 그렇게 생각해?」
소녀 「……」
사신 「아, 너도 인간이었지」
소녀 「……」
사신 「……뭐 좀 재미있는 거 하고 놀자」
소녀 「……」
사신 「안 되겠다 이 녀석 죽었으니까」
소녀 「……」
사신 「후아아……하품만 나오네……」
소녀 「……」
2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25:44.58 ID:NhlLn1o90
소녀 「아까부터 투덜투덜, 시끄럽다구」
사신 「!?」
이런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3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29:40.68 ID:v/28oyapO
사신 「이 녀석이 되살아난다면 조금은 즐거워질텐데.
너, 꽤 미인이니까」
소녀 「……」
사신 「……태어나서 지금까지
죽은 걸 사냥하기만 했지,
되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야」
소녀 「……」
사신 「……어때? 되살아나고 싶어?」
소녀 「……」
사신 「대답해」
소녀 「……」
3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39:30.14 ID:v/28oyapO
사신 「나는 사신이니까.
만일 너가 「되살아나고 싶다」
라고 말해도 무리지만」
소녀 「……」
사신 「후후후. 분하지?」
소녀 「……」
사신 「……」
소녀 「……」
사신 「……분하지?」
소녀 「……」
사신 「……」
3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43:54.70 ID:v/28oyapO
깨진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거친 바람이,
너덜거리는 커텐을 흔든다.
사신 「독풍이 분다」
소녀 「……」
사신 「구더기도 멸종했으니까 너도 썩지 않아. 좋네」
소녀 「……」
사신 「밖에 쌓인 시체들도 그대로야」
소녀 「……」
사신 「후훗. 지구의 시간도 그대로 멈췄다」
소녀 「……」
사신 「영원히, 모두가 그대로야」
소녀 「……」
사신 「이게 너희 인간들이 바라던 세계냐?」
소녀 「……」
4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57:32.60 ID:v/28oyapO
사신 「해가 떨어졌구나」
소녀 「……」
사신 「지구가 엉망진창이 되어도
우주는 언제나처럼 움직인다」
소녀 「……」
사신 「결국, 지구는 그런 녀석이야. 우주에서 보면 작아」
소녀 「……」
사신 「……우리도 그렇지」
소녀 「……」
4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5:58:24.68 ID:v/28oyapO
사신 「그럼 산책 좀 하고 올게. 심심하니까」
소녀 「……」
사신 「다녀오겠습니다. 집 잘 보고 있어」
소녀 「……」
사신 「……아, 문이 망가져서 안 닫히네」
소녀 「……」
사신 「고칠까?」
소녀 「……」
사신 「……역시 관두자. 귀찮아」
소녀 「……」
사신 「그럼 다녀올게」
4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6:00:35.36 ID:JUHm1xan0
BGM
사신 「……라고 했지만 갈 데가 없군」
터벅터벅
사신 「오. 시체 산」
시체를 일부러 밟으며 걷는 사신.
사신 「물컹물컹. 물컹물컹」
사신 「……오. 자동차다」
사신 「시체도 있다. 남녀 두 명」
사신 「커플인가? 휘~휘, 뜨겁네」
사신 「뭐, 임종은 진짜로 뜨거웠겠지만」
사신 「……푸훗」
4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6:16:54.19 ID:v/28oyapO
사신 「그래도 서로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죽는 게
소원 아니었냐?」
남녀 「……」
사신 「좋겠네. 나도 그런 말 동경한다구, 아주 쪼금」
남녀 「……」
사신 「안 되겠다. 이 녀석들 말을 못하잖아」
남녀 「……」
사신 「그럼 오래오래 행복해라~
거기 앉아서 영원히」
빠른 걸음…
사신 「근데 다음은 어디로 갈까?……」
5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6:27:02.09 ID:v/28oyapO
뚝… 뚝
사신 「아. 비다」
뚝뚝, 쏴 아 아 아……
사신 「무지 쏟아지네. 게다가 어쩐지 좀 검은 비다」
사신 「어디 비를 피할 수 있는 곳 없을까?……」
사신 「……아, 아까 그 자동차」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신.
사신 「이럴 때 비라니……
뭐, 아무 일 없이 심심한 것 보다는 낫겠지?……」
5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6:37:30.76 ID:v/28oyapO
일단 자동차로 돌아온 사신.
뒷좌석 문을 열려고 했지만
망가진 건지 잘 열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깨진 창문을 넘어서 들어간다.
사신 「……윽. 실례합니다~」
남녀 「……」
사신 「싫다아~ 갑자기 비 쏟아지고. 싫군」
남녀 「……」
사신 「……언제쯤 그치려나」
남녀 「……」
사신 「뭐, 급한 용무는 없으니까 괜찮지만」
남녀 「……」
사신 「그러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봐. 재미없다구」
남녀 「……」
5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7:05:35.21 ID:47E+bBDh0
사신 「안 그치네」
남녀 「……」
사신 「……아. 그러고 보니 둘이 손 꼭 잡고 있네?」
남녀 「……」
사신 「러브러브구나 」
남녀 「……」
사신 「우리 집에도 있다구. 귀여운 연인.
뭐, 좀 전에 주워 왔을 뿐이지만」
남녀 「……」
사신 「……시체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바보 같이」
남녀 「……」
사신 「……솔직히 바보 같아」
5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7:11:53.78 ID:47E+bBDh0
사신 「……안 그쳐」
남녀 「……」
사신 「확실히 새카맣고 기분 나쁜 비군」
남녀 「……」
사신 「……그칠 때까지 한숨 자볼까?」
남녀 「……」
사신 「웃샤, 너희들도 쉬어라」
남녀 「……」
사신 「……」
6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7:25:29.49 ID:47E+bBDh0
…
……
………
사신 「아직도 안 그치네」
남녀 「……」
사신 「……벌써 일주일? 2주일?」
남녀 「……」
사신 「이제 어찌됐든 상관없어」
남녀 「……」
사신 「……그 소녀, 어떻게 됐을까?」
남녀 「……」
사신 「……이제, 어찌됐든, 상관없어」
6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7:28:19.52 ID:BFr/N0L+O
이제 ‘핵의 겨울’ 이 오지 않을까?
6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7:38:52.24 ID:47E+bBDh0
>>61
그렇다.
사신 「……비, 이제야 겨우 그쳤군」
남녀 「……」
사신 「오랫동안 실례 많았습니다~」
남녀 「……」
사신 「……그럼 돌아갈까」
사신, 자동차 밖으로 나온다.
사신 「우우……춥다」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해는 보이지 않고,
주변이 어둠에 둘러싸였다.
사신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겠군.
……뭐, 어찌됐든 상관없어」
사신 「……돌아가자」
6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7:46:36.13 ID:47E+bBDh0
사신 「춥~구나, 춥~구나아~」
이상한 음을 붙여 춥다고 춥다고 연호해대는 사신.
물컬물컹 시체를 짓밟으며.
사신 「……눈, 내린다」
사신 「이번에는 검지 않다. 하얗다」
사신 「……그래도 재가 섞였어」
사신 「뭐, 어찌됐든 상관없어……」
사신 「빨리 돌아가자.……그 녀석이 기다리니까」
6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04:28.11 ID:v/28oyapO
사신 「다녀왔습니다―」
소녀 「……」
사신 「‘다녀오셨어요’도 못 말해?」
소녀 「……」
소녀는 의자에서 떨어져 먼지와 재투성이었다.
사신 「아~아……」
소녀 「……」
소녀 위에 쌓인 먼지와 재를 털어내는 사신.
사신 「딱딱하게 얼었네. 그렇게 추웠어?」
소녀 「……」
사신 「뭐 됐다. ……얍」
소녀를 의자에 다시 앉히는 사신.
사신 「이제 됐다」
사신 「……춥다」
소녀 「……」
6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17:08.91 ID:v/28oyapO
사신 「그럼 심심하니까 자자」
소녀 「……」
사신 「……같이 잘래?」
소녀 「……」
사신 「안고 자는 베개 같은 의미로. 어이, 이리 와」
소녀 「……」
사신 「……어쩔 수 없군」
사신, 소녀를 질질 끌고 와 침대에 내던진다.
풀썩 눕는 소녀.
사신 「이렇게 눈을 감기면……」
소녀의 눈을 억지로 감기는 사신.
사신 「……그럼, 잘 자」
소녀 「……」
7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22:53.05 ID:v/28oyapO
사신 「우, 안으니까 차갑다. 당연하지만」
소녀 「……」
사신 「……뭐 어찌됐든 상관없지?」
소녀 「……」
사신 「……차갑지만, 어쩐지 안심이 된다」
소녀 「……」
사신 「……뭐라는 거야. 사신답지 않게」
소녀 「……」
사신 「……자자」
7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27:44.62 ID:v/28oyapO
사신 「……아침, 일까?」
소녀 「……」
사신 「어두워서 잘 모르겠다」
소녀 「……」
사신 「……후후, 아직도 자네」
소녀 「……」
사신 「어이, 일어나~」
소녀 「……」
사신 「일어나~……」
소녀 「……」
사신 「……일어나라구」
8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36:31.71 ID:v/28oyapO
사신 「오~ 밖이 온통 은세계다」
소녀 「……」
사신 「……예쁘다」
소녀 「……」
사신 「보여?」
소녀 「……」
사신, 흩어진 유리를 발로 슥 치워내고
의자를 창가에 가져갔다.
그리고 소녀를 질질 끌고 와 의자에 앉힌다.
그러나 힘없이 흐물흐물한 소녀의 시체.
사신 「목에 힘이 없네……어쩔 수 없지만」
감겼던 눈을 비틀어 열고 사신은 만족스럽게 말한다.
사신 「봐봐, 예쁘지?」
소녀 「……」
사신 「그래. 네가 좋아하니까 기쁘다」
소녀 「……」
8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43:30.59 ID:v/28oyapO
사신 「……」
소녀 「……」
사신 「……밖에 있던 시체들도 다 저 눈에 덮였겠지?」
소녀 「……」
사신 「내가 없었으면 지금쯤 너도 그랬겠지.
나한테 고마워해라」
소녀 「……」
사신 「아니면, 눈에 덮이는 게 더 좋았을까?」
소녀 「……」
사신 「……모두와 함께 눈 밑에 잠드는 게 더 좋았을까?」
소녀 「……」
사신 「……」
8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48:43.02 ID:v/28oyapO
사신 「……눈, 아직도 조금은 내리네」
소녀 「……」
사신 「이대로 계속 내리면 언젠가 이 집도 파묻히겠지」
소녀 「……」
사신 「그래도 계속 함께야. 너는……」
소녀 「……」
사신 「…….……너는,
내가 찾아낸 심심풀이 장난감이니까」
소녀 「……」
8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8:55:43.61 ID:v/28oyapO
사신 「춥지 않아?」
소녀 「……」
사신 「잠깐만 기다려봐」
사신, 소녀의 시체에 담요를 걸쳐 준다.
사신 「이제 좀 따뜻하지?」
소녀 「……」
사신 「그렇군. 모르겠지, 이제」
소녀 「……」
사신 「……예쁘다, 눈」
소녀 「……」
사신 「……너무 예뻐서 어떻게 될 거 같아」
소녀 「……」
사신 「시체한테 말을 거는 시점에서
벌써 어떻게 된 건가?
아하하하……하하……」
소녀 「……」
사신 「……춥다」
8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9:02:31.85 ID:v/28oyapO
사신 「건물 잔해도, 자동차도, 사람도 전부 눈 밑에 있어」
소녀 「……」
사신 「근데 우리는 둘이서 이렇게 있다」
소녀 「……」
사신 「둘 뿐이다」
소녀 「……」
사신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소녀 「……」
사신 「외로워?」
소녀 「……」
사신 「……나는 외롭다」
소녀 「……」
사신 「사신 주제에. 사신답지 않게」
소녀 「……」
사신 「……」
8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9:08:09.90 ID:v/28oyapO
사신 「남자와 여자 둘 뿐……」
소녀 「……」
사신 「아담과 이브같다」
소녀 「……」
사신 「여기는 낙원도 아무것도 없지만」
소녀 「……」
사신 「오히려 지옥인가. 아하하하……」
소녀 「……」
사신 「……사신과 인간이 만나면 애를 만들 수 없다.
게다가 너는 죽었다」
소녀 「……」
사신 「이제 인류는 끝장났다. 모두 끝이다」
소녀 「……」
사신 「……아이는 무리지만
풀 한 포기라도 좀 나면 좋을 텐데. 그지?」
소녀 「……」
사신 「무리려나……」
9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9:13:17.80 ID:v/28oyapO
사신 「저기, 너는 신을 믿어?
「사신」이 아니라 「신」」
소녀 「……」
사신 「사실 나는 신을 본 적이 없거든.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
소녀 「……」
사신 「이상한 이야기지? 하하하……」
소녀 「……」
사신 「……신이 존재한다면 지금쯤,
이 지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소녀 「……」
사신 「기적을 일으켜 준다면 좋을 텐데」
소녀 「……」
사신 「…….……신」
9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9:28:53.98 ID:v/28oyapO
사신 「……산책 갔다 올게」
소녀 「……」
사신 「……너도 갈래?」
소녀 「……」
사신 「……가볼까~」
사신, 소녀를 업는다.
사신의 등에 축 늘어져 몸을 맡기는 소녀.
사신 「웃차차. 무지 가볍다 너」
소녀 「……」
사신 「마르고 몸집이 작은 녀석을 골라서 다행이야」
눈을 밟으며 끝없이 걷는 사신과 소녀.
사신 「밖에 나오는 거 오랜만이지?」
소녀 「……」
사신 「……깨끗한 눈에 발자국 남기는 거 즐거워」
소녀 「……」
사신 「……후후. 마침 딱 좋은 심심풀이다」
9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9:31:57.73 ID:v/28oyapO
뽀드득 뽀드득 눈을 계속 밟는 사신.
소녀 「……」
사신 「……아무것도 없다」
소녀 「……」
사신 「슬프다」
소녀 「……」
사신 「외롭다」
소녀 「……」
사신 「괴롭다」
소녀 「……」
사신 「허무하다」
소녀 「……」
사신 「……」
그렇게 사신은 또 말없이 눈을 밟는다.
정처없이 걸으며 계속 눈을 밟는다.
9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9:40:40.52 ID:v/28oyapO
사신 「……이제 슬슬 쉬자」
눈 위에 조심스럽게 소녀를 눕히는 사신.
그리고 자신도 그 옆에 눕는다.
사신 「……이대로 눈에 파묻히는 게 좋을 지도 몰라」
소녀 「……」
사신 「……차갑다」
소녀 「……」
사신 「……이제 봄은 오지 않겠지. 여름도, 가을도」
소녀 「……」
사신 「인간은 계절도 죽였다.
사신도 죽일 수 없었던 것을」
소녀 「……」
사신 「……대단하네, 너희 인간들은」
소녀 「……」
사신 「……」
10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19:50:02.64 ID:v/28oyapO
사신 「……」
소녀 「……」
언제까지 그러고 있었을까.
해가 안보이니까 시간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사신 「……돌아갈까?」
소녀 「……」
사신 「여기도, 아무것도 없다」
소녀 「……」
사신 「……그건 집에 돌아가도 똑같나? 하하……」
소녀 「……」
사신 「……어디에 가도, 아무것도 없다」
사신은 마음속으로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밖에 나가면 뭔가 남아 있지 않을까.
누군가를 만나지 않을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기대를.
10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0:01:16.12 ID:v/28oyapO
차가워진 소녀의 시체를 다시 업는 사신.
소녀는 변함없이 몸이 축 늘어졌다.
사신 「……」
소녀 「……」
흰 눈 밖에 안 보인다. 발자국도 눈에 덮여 사라진다.
지금 남기는 발자국도 금방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신 「……춥지 않아?」
소녀 「……」
사신 「추운 지도 더운 지도 모르냐?
난 추워.…… 무지 추워」
소녀 「……」
사신 「……」
말없이 걷자 또 눈을 밟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무슨 말이든 하려고 입을 열지만 말은 나오지 않는다.
……눈만 조용히 춤추고 있다.
11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0:36:04.87 ID:47E+bBDh0
사신 「……집에 가자」
소녀 「……」
사신 「뭐, 원래 우리들 집은 없지만」
소녀 「……」
사신 「그 집에 원래 살던 사람도
이제 눈 밑에 있을 거야……」
소녀 「……」
사신 「……차갑겠지. 눈 밑은. 여기보다」
소녀 「……」
사신 「……자, 돌아가자」
소녀 「……」
사신 「……」
소녀 「……」
사신 「……돌아가자. 우리 집에」
12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0:42:39.85 ID:47E+bBDh0
망가진 문을 삐걱대며 열고
집에 들어가는 사신과 소녀.
말없이 소녀를 의자에 앉히는 사신.
사신 「……피곤하군」
소녀 「……」
사신 「……추웠다」
소녀 「……」
사신 「여기도 충분히 춥지만……」
소녀 「……」
사신 「……추워」
소녀 「……」
다시 소녀에게 담요를 걸쳐 주는 사신.
사신 「지금 몇 시일까?」
소녀 「……」
사신 「모르지. ……아무것도 몰라」
12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1:00:22.39 ID:47E+bBDh0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었다.
누더기 같은 커텐이 야단스럽게 펄럭인다.
문득 하늘을 본 사신.
사신 「아」
두텁게 덮인 구름과 먼지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보인다.
사신 「어이 저거 봐. 해가 있다」
소녀 「……」
사신 「……오랜만에 해가 보여. 조금이지만」
소녀 「……」
사신 「봐, 햇살에 비친 눈이 은빛으로 빛나」
소녀 「……」
사신 「햇살이 이렇게 예뻤구나……아하하하하……」
소녀 「……」
사신 「……하하하」
12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1:09:06.57 ID:47E+bBDh0
멍하니 햇살을 바라보는 사신.
소녀는 고개를 조금 기울여 멍하니 눈을 뜬 채.
조용하다.
사신 「……」
소녀 「……」
사신 「……」
소녀 「……」
사신 「……아름답구나」
소녀 「……」
사신 「…….……아아, 그렇구나」
13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1:20:41.83 ID:47E+bBDh0
그러나 그 햇살도 곧
구름과 먼지에 서서히 덮여 가려진다.
사신 「아……」
소녀 「……」
사신 「……사라진다」
소녀 「……」
사신 「……」
소녀 「……」
사신 「……사라져 버렸다」
소녀 「……」
다시 어두워진 하늘을 망연히 올려다보는 사신.
소녀의 목이 툭 흔들리더니 아래로 숙여졌다.
13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1:24:18.97 ID:47E+bBDh0
사신 「잠깐 뿐이었네……」
소녀 「……」
사신 「……너도 슬퍼?」
소녀 「……」
사신 「……그런가」
소녀 「……」
사신 「……커텐, 닫을까?」
소녀 「……」
너덜너덜 구멍 투성이 커텐을 닫는 사신.
방 안에는 커텐이 펄럭이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신 「……」
13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1:36:54.79 ID:47E+bBDh0
사신 「너는……」
소녀 「……」
사신 「……너는 살아있을 때, 어떻게 살았어?」
소녀 「……」
사신 「……가족은 있었어?」
소녀 「……」
사신 「……친구는 있었어?」
소녀 「……」
13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1:39:29.85 ID:47E+bBDh0
사신 「남자친구는……있었겠지. 너는 귀여우니까」
소녀 「……」
사신 「……응, 귀여워」
소녀 「……」
사신 「수줍어하지도 않네.
……시체는 역시 재미없구나」
소녀 「……」
사신 「…….……미안」
움직이지 않는 소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 사신.
소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사신 「……」
그래도 사신은 계속 쓰다듬는다.
계속 끝없이 쓰다듬는다.
심심하니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으니까?
……그건 사신 자신도 모른다.
14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1:52:36.72 ID:47E+bBDh0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일까.
변함없이 해는 보이지 않고 구더기조차 멸종한 지구.
소녀의 몸은 주웠을 때 그대로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그 옆에서 심심함을 주체 못하던 사신도
변함없이 거기 있었다.
사신 「……시간이 꽤 흘렀군」
소녀 「……」
사신 「……쭉 같이 있네, 우리들」
소녀 「……」
사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구나」
소녀 「……」
사신 「……아무것도」
14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2:13:50.98 ID:47E+bBDh0
창문 밖에 보이는 눈의 풍경도 질릴 만큼 봤다.
죽을 수 없는 사신도, 이제 지루해서 죽을 것 같았다.
그저 소녀에게 말을 거는 일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
사신 「……오늘도 조용하다」
소녀 「……」
사신 「……내일도 모레도 그렇겠지」
소녀 「……」
사신 「……영원히 이대로 일까?」
14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2:22:33.10 ID:47E+bBDh0
사신 「……이대로가 좋을지도 몰라」
소녀 「……」
사신 「최근에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소녀 「……」
사신 「어차피 생물이 되살아나지 않으니까」
소녀 「……」
사신 「너랑 나 둘이서」
소녀 「……」
사신 「영원히 둘이서」
소녀 「……」
사신 「……그걸로 좋다. 그걸로……」
소녀 「……」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15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2:29:36.61 ID:47E+bBDh0
사신 「……무슨 냄새지?」
소녀 「……」
사신 「설마……」
소녀 「……」
사신 「구더기도 세균도 다 죽었는데……」
소녀 「……」
사신 「……너, 썩는 거야? 그런 거야?」
소녀의 옷소매에서
구더기를 닮은 벌레가 툭하고 떨어진다.
사신 「……」
소녀 「……」
사신 「……」
16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2:41:57.09 ID:47E+bBDh0
사신 「생물이……생명이 부활했다……?」
소녀 「……」
사신 「설마. 전멸했을텐데……」
소녀 「……」
사신 「……읏」
생물의 부활. 사냥할 대상의 부활.
기다리고 바라던 일일 터였다. 그러나…….
사신 「……제길」
소녀의 몸이,
지금까지 소중히 해 온 몸이
벌레에 침식당해 지금부터 썩는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사신은 벌레들을 집어내 마루에 내던지고 발로 유린했다.
으깨진 시체에서 작은 영혼이 빠져나와
빛을 내며 둥실둥실 춤춘다.
사신 「제기라아……ㄹ」
작은 영혼을 녹슨 낫으로 사냥한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몇 마리나 사냥했을까.
작은 영혼 사냥을 끝낸 사신은
소녀 너머로 아직 녹지 않는 눈에 덮인 대지를 응시했다.
소녀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그저 말없이 계속 바라봤다.
16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2:56:51.15 ID:47E+bBDh0
이런 추위,
게다가 핵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어떤 생명력일까, 이 녀석들은.
토실토실하게 살찐 구더기 같은 벌레들과 반비례 하듯,
소녀의 형태는 나날이 뭉개진다.
코가 문드러질 같은 고약한 냄새도 나날이 강해진다.
그런데도 사신은 소녀의 옆에 있었다.
사신 「……늘었군, 벌레」
소녀 「……」
사신 「여전히 추운데」
소녀 「……」
사신 「벌레는 끈질기구나」
소녀 「……」
사신 「덕분에 사신으로서 할 일은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16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2:58:16.43 ID:47E+bBDh0
소녀 「……」
사신 「……솔직히 너가 썩는 걸 보는 게 괴로워」
소녀 「……」
사신 「그렇게 귀여웠던 얼굴도, 이제……이렇게……」
소녀 「……」
사신 「……미안. 역시 너도 눈 밑에 재워야 했나봐」
소녀 「……」
사신 「……나를 원망해?」
소녀 「……」
사신 「……나를 미워해?」
소녀 「……」
사신 「무슨 말이라도 좀 해 줘……」
18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3:42:31.40 ID:47E+bBDh0
…
……
사신 「……눈 깜짝할 사이에 성충이 되었군」
소녀 「……」
사신 「나와 너의 집인데
제 집인 것처럼 뻔뻔하게 윙윙 날아다니다니.
……파리냐? 이거. 이상하게 생겼어. 기형? 신종? ……어찌됐든 상관없나?」
소녀 「……」
사신 「귀찮은데 차라리 다 죽여버릴까?」
소녀 「……」
사신 「……그렇지. 네가 되살린 생물이군」
소녀 「……」
사신 「……이제 포기했어.
네가 썩는 걸 막을 방법이 없어.
……그럴 방법이 없어」
소녀 「……」
사신 「……너는 싫어?」
소녀 「……」
사신 「……. ……짧게 말해도 되니까 대답 좀 해줘」
19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0:01:06.07 ID:FpjNc+6J0
사신 「너는 점점 뭉개지는구나」
소녀 「……」
사신 「이제 물컹물컹하네」
소녀 「……」
사신 「……아니, 그래도 떨어지지 않을 거야.
떨어지고 싶지 않아」
소녀 「……」
사신 「너는……너는 말이야,
내 심심풀이 장난감이니까」
소녀 「……」
사신 「……역시 취소.
심심풀이 장난감은 아니다. 나는 너가……좋아」
소녀 「……」
사신 「계속 같이 있다 보니까 애착이 가서……이상하지?
사신 주제에 인간을 사랑하다니.
게다가 벌써 영혼이 빠진 단순한 시체를.
하하……웃어 줘」
소녀 「……」
사신 「……웃어줘」
소녀 「……」
20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0:16:06.89 ID:FpjNc+6J0
사신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소녀 「……」
사신 「보기 흉하지?
분명 살아 있을 때 만났다면
너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겠지.
그 자리에서 실신했을지도 모르고」
소녀 「……」
사신 「……그런 나를 어떻게 생각해?」
소녀 「……」
사신 「이런 나라도 좋아해줄래?」
지금까지 움찔하는 움직임도 없었던 소녀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보였지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썩어 문드러진 목이 마루에 툭 떨어졌을 뿐이었다.
20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0:30:22.95 ID:FpjNc+6J0
사신 「……읏!」
떨어진 머리에 달려든 사신.
흐물흐물해진 눈이 멍하니 사신을 바라본다.
소녀의 머리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듯이 주워
조심스럽게 껴안는 사신.
목이 떨어진 소녀의 몸은 가만히 앉아
그런 사신을 내려다보는 자세로 굳어졌다.
사신 「……미안. 미안……」
떨어진 얼굴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며 사신은 중얼거린다.
그 눈동자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끊이지 않고…….
21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0:43:35.84 ID:FpjNc+6J0
사신 「……뭐야 이건」
눈에서 흘러넘치는 물을 이상하다는 듯
손으로 닦아내는 사신.
사신 「이게 인간이 흘리는 「눈물」이라는 건가……」
소녀 「……」
사신 「……이런 진부한 걸 내가?」
소녀 「……」
사신 「멈추지 않아……왜……?」
소녀 「……」
사신 「왜……어째서……」
소녀 「……」
22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0:57:49.93 ID:FpjNc+6J0
문득 사신은
소녀의 목덜미에 작은 뭔가가 난 것을 눈치 챘다.
사신 「……이것은?」
소녀 「……」
사신 「식물의 싹……?」
소녀 「……」
사신 「하하하……네 몸에서 참 다양한 게 태어나는군」
소녀 「……」
사신 「……이런 죽음의 세계에,
사신도 지루해서 죽을 것 같은 세계에,
여러 가지를 낳아 줬어」
소녀 「……」
사신 「……고마워」
소녀 「……」
소녀가 순간 미소를 지은 것처럼 보였다.
분명히 단순한 착각일 것이다.
그래도……
22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0:58:35.44 ID:Sv3XegEJ0
따라잡았다…
나 이런 거 굉장히 좋아해.
22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1:04:50.42 ID:FpjNc+6J0
잠깐 휴식. 지쳤다.
졸려, 너무 졸리지만 곧 라스트니까 노력할게
커피에 면면타파(眠眠打破:잠 깨는 음료)
섞어서 마시고 올게.
22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1:05:13.84 ID:YxqtZraVO
뭔가 혐오스러운 묘사도 있지만 동화 같은 분위기도 있네
24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1:39:36.58 ID:FpjNc+6J0
사신은 소녀의 머리를 가슴에 안고
망가진 문을 열고 밖에 나간다.
흰 숨을 살짝 토하며 눈 덮인 거리를 걷는다.
뽀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기분 좋다.
어디까지나, 어디까지나 계속 되는 흰 세계를
둘이서 걷는다.
24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1:52:30.41 ID:FpjNc+6J0
사신 「어디까지 갈까?」
소녀 「……」
사신 「조금 멀리 나가 보자」
소녀 「……」
사신 「조용하다……」
소녀 「……」
사신 「……새삼스럽지만」
소녀 「……」
사신 「……」
중얼거리듯 소녀의 머리에 툭하고 말을 걸며
사신은 다시 걷는다.
행선지는 없는데 전혀 머뭇거리지 않는다.
마치 뭔가 찾는 것처럼 척척 걸어나간다…….
25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2:11:25.16 ID:FpjNc+6J0
얼마나 걸었을까.
문득 빛을 느낀 사신이 멈춰 선다.
올려다보면 무겁게 하늘을 가리고 있던
구름과 먼지 틈새로 해가 보인다.
한 줄기 빛이 차가운 대지를 비춘다.
사신 「……봐, 다시 해가 나왔어」
소녀의 머리를 들어 올려 해를 향하는 사신.
소녀 「……」
사신 「……또 금방 사라질지도 몰라」
소녀 「……」
사신 「그래도……」
소녀 「……」
사신 「……」
그리고 조용히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사신.
썩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희미하게 두개골도 드러났다.
그러나 그런 일쯤은 사소한 문제인 것처럼
사신은 상냥하게 소녀를 쓰다듬는다.
26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2:28:39.31 ID:FpjNc+6J0
다시 걷는 사신.
그 빛을 향해서 눈을 밟으며 걷는다.
소녀 「……」
사신 「……그래. 아릅답구나」
소녀 「……」
문득 뒤를 돌아보는 사신.
길게 계속 남겨진 발자국이 햇살에 반짝인다.
사신 「상당히 먼 데까지 왔군……」
소녀 「……」
사신 「……멀리 가자. 더 멀리」
소녀 「……」
사신 「좋지?」
소녀 「……」
사신 「……가자」
27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2:40:39.48 ID:FpjNc+6J0
사신은 열심히 걷는다.
햇살이 끊임없이 비추고, 구름은 서서히 사라진다.
사신 「개네……」
소녀 「……」
사신 「왠지 기분도 개는구나」
소녀 「……」
사신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소녀 「……」
사신 「점점 더 개면 좋겠다」
소녀 「……」
사신 「그지?」
소녀 「……」
사신 「……그래. 이대로 개면 좋겠다」
27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2:59:43.24 ID:FpjNc+6J0
사신 「많이 걸었군……휴식, 잠깐 쉬자」
해가 드는 곳에 앉는 사신.
사신 「따뜻하다」
소녀 「……」
사신 「따뜻하고 편안해……행복하다……」
소녀 「……」
사신 「……아. 또 그 파리짝퉁이 모여든다.
쉿 쉿, 저리 가!」
소녀 「……」
사신 「아, 귀찮아. 모처럼 쉬고 있는데」
소녀 「……」
사신 「얘네 영혼 다 사냥해버릴까」
소녀 「……」
사신 「…….……하아, 뭐 됐어.
여행 길동무는 많을수록 좋아.
이런 눈세계.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괜찮지?」
소녀 「……」
28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3:06:16.37 ID:FpjNc+6J0
사신 「영~차……」
사신이 일어나 걷자
파리짝퉁도 귀에 거슬리는 날개소리를 내며 붙는다.
사신 「시끄럽다…….
……뭐, 아주 조용한 것보다 좋은가?」
소녀 「……」
사신 「긍정적 사고, 긍정적 사고」
소녀 「……」
사신 「응? 어디 가냐고?」
소녀 「……」
사신 「……글쎄. 나도 몰라」
소녀 「……」
사신 「그래도 계속 걸으면 어딘가 도착할 거 같아」
소녀 「……」
사신 「……그래. 어딘가」
28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3:07:05.04 ID:dtAwYNZSO
계속 깨어있었지만 이제 한계다…
내일 아침 일찍 와서 남아 있으면 계속 봐야겠어
28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3:27:44.39 ID:YIrxnzp2O
졸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28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3:34:27.73 ID:FpjNc+6J0
앗
안돼 안돼, 키보드에 푹 엎드리고 자버렸다
>>286
나도 졸려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29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04:35:17.25 ID:FpjNc+6J0
걷다보니 파리짝퉁은 어디서 나타나는지 계속 늘었다.
파리짝퉁이 모여들어 썩은 소녀의 머리가 새까맣다.
사신이 몇 번 털어버려도 살짝 비켰다가 다시 모인다.
이런 눈 밖에 없는 데서 잘도 살아있군 이 녀석들.
추위에 강하고,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는 방사능에도 굴하지 않는
신종인 것 같다.
이 소녀의 머리에 난 싹처럼.
사신은 그렇게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며 걷는다.
계속, 계속…….
그 집을 나오고 나서 해가 몇 번 뜨고 달이 몇 번 졌는지.
그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햇빛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강해져,
정신 차리고 보니
눈 덮인 산도 질퍽거리는 황무지로 변해있었다.
소녀의 머리도 벌레 때문에 거의 뼈만 남았다.
그래도 사신은 소녀의 머리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햇살을 받은 싹은 사신의 품 안에서 부쩍 성장했다.
소녀의 눈구멍으로는 뿌리가 들여다보이고,
그 줄기는 하늘 높이 자란다.
푸르른 잎은 많은 햇살을 모으려고 넓게 퍼진다.
사신은 때때로,
눈이 녹아서 생긴 웅덩이에서 물을 떠올려
풀과 소녀의 뼈를 축였다.
그리고 다시 중요한 보물처럼 껴안고 걷는다.
끝없이 계속 걷는다.
34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2:14:26.86 ID:FpjNc+6J0
부드러운 흙으로 덮인 곳에 도착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따뜻한 햇빛만이 내리쬐는 곳.
사신 「……상당히 먼 데까지 왔군」
소녀 「……」
사신 「……아아. 나도 이제 지쳤어」
소녀 「……」
사신 「너는 많이 변했구나. 어느새 풀도 이렇게 자랐군」
소녀 「……」
사신 「……여기로 할까?」
소녀 「……」
사신 「흙도 부드럽고,
분명 그 풀도 뿌리를 내리기 쉬울 거야」
소녀 「……」
사신 「……게다가 여기는 무지 따뜻해」
소녀 「……」
사신 「그러니까……응?」
소녀 「……」
34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2:47:02.51 ID:FpjNc+6J0
그렇게 말하며 사신은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옆에 살그머니 소녀의 해골을 두었다.
파리짝퉁 날개소리와 때때로 통과하는 바람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둘은 그저 말없이 태양을 응시한다.
싫은 침묵은 아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천천히 지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거리는 석양을 머금고
불길에 싸인 그 날처럼 빨갛게 불탄다.
사신 「……」
소녀 「……」
사신 「……아름답구나」
소녀 「……」
사신 「…….……그래, 그렇구나」
소녀 「……」
사신 「……」
소녀 「……」
36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3:40:18.01 ID:jcsPvkE3O
해가 완전히 지자
해 대신 달이 주위를 멍하니 비춘다.
주위에 등불도 없어서 어두운 대지 위에
별이 무수한 보석 알갱이처럼 떠오른다.
사신 「……별이 아름답다」
소녀 「……」
사신 「너도 그렇지?」
소녀 「……」
사신 「전에는 거리의 등불 때문에 잘 안보였으니까」
소녀 「……」
사신 「……해가 지니까 조금 추워졌군」
소녀 「……」
사신 「……너는 춥지 않아?」
소녀 「……」
사신 「……그래」
36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3:44:37.18 ID:jcsPvkE3O
소녀에서 자라난 풀잎을
살그머니 쓰다듬으며 사신은 말한다.
사신 「……건강하게 자라라」
소녀 「……」
사신 「사신이 생물의 성장을 바라다니
사신답지 않다……바보 같다」
소녀 「……」
사신 「그래도……그래도 나는……」
소녀 「……」
사신 「……시들거나 하지 마.
시드는 건 허락하지 않을 거야」
소녀 「……」
36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4:05:36.74 ID:jcsPvkE3O
사신은 물을 길어 와 소녀의 풀에 계속 줬다.
그리고 다시 소녀 옆에 앉아,
뜨고 지는 태양과 달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 하지 않는 소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날을 거듭했다.
사신에게 그건 이상할정도로 온화한 일이었다.
며칠, 몇 주,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소녀에게 뿌리 내린 풀에 작은 꽃봉오리가 난다.
그걸 본 사신은 작게 미소지으며 손가락 끝으로,
꽃봉오리를 상냥하게 콕콕 찔렀다.
사신 「……꽃봉오리」
소녀 「……」
사신 「빨리 꽃이 되면 좋을 텐데」
소녀 「……」
사신 「예쁜 꽃을 피워라」
소녀 「……」
사신 「……기다릴테니까」
소녀 「……」
사신 「계속, 계속 기다릴테니까」
37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4:30:47.92 ID:jcsPvkE3O
…
……
………
사신 「……아」
소녀 「……」
사신 「꽃이 핀다」
소녀 「……」
사신 「빨갛고 아름다워」
소녀 「……」
사신 「……열심히했구나」
지금은 완전히 풀에 뒤덮인
소녀의 두개골을 어루만지는 사신.
소녀 「……」
사신 「……고마워」
소녀 「……」
37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4:36:17.30 ID:jcsPvkE3O
사신 「기쁘다, 무지. ……꽃봉오리 또 나왔네?」
소녀 「……」
사신 「많이, 많이 피워.……내가 원하는 건 그 뿐이야」
소녀 「……」
사신 「……물 길어 올게. 금방 돌아 올 테니까. 기다려」
소녀 「……」
사신 「다녀오겠습니다」
소녀 「……」
사신 「……」
38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4:50:03.09 ID:jcsPvkE3O
사신 「다녀왔습니다」
소녀 「……」
사신 「물, 지금 줄게」
소녀 「……」
사신 「맛있어?」
소녀 「……」
사신 「자꾸자꾸 자라는구나, 꽃」
소녀 「……」
사신 「다른 꽃봉오리도 이제 피겠지」
소녀 「……」
사신 「무지, 즐거워」
38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4:51:58.77 ID:jcsPvkE3O
사신 「……뭔가 애를 키우는 거 같아.
자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부모는 아마,
이런 기분이겠지. 사신인 나는 잘 모르겠지만」
소녀 「……」
사신 「내가 아빠. 너는 엄마. 그리고 이 꽃이 아이」
소녀 「……」
사신 「소꿉놀이, 소꿉놀이」
소녀 「……」
사신 「……허무하지 않아」
소녀 「……」
사신 「오히려 이런 만족스러운 기분,
태어나서 처음 느껴」
38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5:13:43.99 ID:jcsPvkE3O
사신 「……꽃, 많이 피었네」
소녀 「……」
사신 「예뻐.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
소녀 「……」
사신 「……나, 무지 행복해」
소녀 「……」
사신 「너는 행복해?」
소녀 「……」
43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9:13:20.04 ID:FpjNc+6J0
나날이 붉은 꽃이 늘어나
소녀의 해골은 뿌리와 잎에 덮여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사신은 즐겁게 소녀에게 말을 건다.
봉오리가 꽃 필 때, 소녀와 함께 웃는다.
사신 「어이, 또 물을 길어 왔어」
소녀 「……」
사신 「차가워? 맛있어?」
소녀 「……」
사신 「……오늘도 날씨가 좋다」
소녀 「……」
사신 「……밤이 되면 또 별이 보이겠지」
소녀 「……」
사신 「하하, 점점 커지네.
처음에는 얼마나 작은 싹이었는데」
소녀 「……」
사신 「…….……「신」은, 있을지도」
소녀 「……」
사신 「……」
43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9:34:04.84 ID:FpjNc+6J0
그러나, 그런 행복도 계속 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붉은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고 잎도 시들어 간다.
사신 「……시드는군」
소녀 「……」
사신 「갈색으로, 바스락바스락……」
소녀 「……」
사신 「물도 매일 줬는데」
소녀 「……」
사신 「……수명, 이구나」
소녀 「……」
사신 「살아있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어……」
소녀 「……」
사신 「……방법이 없어」
44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19:49:25.41 ID:FpjNc+6J0
이윽고 시든 풀에서 살짝 영혼이 빠져 나왔다.
희미하게 빛나는 영혼을 가만히 바라보는 사신.
사신 「잘 살았구나」
사신 「꽃, 예뻤어. 무지 예뻤어」
사신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신 「안녕」
이별을 고하며 사신은 낫을 휘둘렀다.
이 영혼이 되도록이면 아프지 않게,
상냥하게 팔을 휘둘렀다.
……이런 사냥법은, 사신이 태어나고 처음이었다.
44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0:05:16.10 ID:FpjNc+6J0
사냥한 영혼은 슥, 하고
푸른 하늘에 빨려 들여가듯이 사라졌다.
사신 「……가버렸군」
소녀 「……」
사신 「영혼은, 어디에 가는 걸까?……」
소녀 「……」
사신 「사실은 나, 아무것도 모른다.
죽으면 영혼이 빠져 나오고,
그걸 사냥해서 이 세상에서 해방시킨다.
해방된 영혼이 어디 가는지는 몰라」
소녀 「……」
사신 「……내가 아는 건, 그저 사냥하는 일뿐」
소녀 「……」
사신 「하하. 이상한 이야기지?」
소녀 「……」
사신 「……너는, 어디 있는 거야?」
소녀 「……」
46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0:43:07.84 ID:FpjNc+6J0
영혼이 사라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신.
그 모습은 마치 영혼이 빠진 것 같았다.
소녀 「……」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문득 사신은 시든 풀을 바라본다.
마치 전혀 들리지 않을 게 분명한
소녀의 목소리에 뒤돌아 본 것처럼.
사신 「……왜?」
소녀 「……」
사신 「이건……씨?」
소녀 「……」
사신 「그 아이는 그냥 죽은 게 아니었구나」
소녀 「……」
사신 「……이렇게, 우리에게 남겨 준거야.
새로운 생명을」
소녀 「……」
사신 「아하하하하……」
사신은 벌써 풍화 해 사라진 소녀의 해골과 함께 웃는다.
계속 계속, 웃는다.
46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1:05:25.15 ID:FpjNc+6J0
사신 「어이, 모아 보니까 이렇게 많아」
소녀 「……」
사신 「하하, 대단해.……소중히 기른 보람이 있다」
소녀 「……」
사신 「뿌리자」
소녀 「……」
사신 「있지, 함께 뿌리자」
소녀 「……」
사신 「……응. 함께」
소녀 「……」
사신 「……응?」
소녀 「……」
47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1:31:02.67 ID:FpjNc+6J0
사신 「음……이렇게 해서 묻고, 흙을 덮으면……돼?」
소녀 「……」
사신 「나는 사신이니까. 이런 건 잘 몰라」
소녀 「……」
사신 「……너는, 살아있을 때 식물 키워 본 적 있어?」
소녀 「……」
사신 「……그래?」
소녀 「……」
사신 「이렇게 해서……이렇게?」
소녀 「……」
사신 「……싹이 안 트면 어떡하지?」
소녀 「……」
사신 「…….……괜찮겠지.
왜냐하면 우리 아이가 남긴 씨잖아」
소녀 「……」
사신 「……」
47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1:33:11.81 ID:FpjNc+6J0
사신 「……」
소녀 「……」
사신 「심은 지 3일째, 인가?……」
소녀 「……」
사신 「……안 나오네」
소녀 「……」
사신 「아하하……그렇게 빨리는 나지 않지?」
소녀 「……」
사신 「……」
소녀 「……」
사신 「……나면 좋겠는데」
소녀 「……」
사신 「응……그렇지」
48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1:44:52.26 ID:FpjNc+6J0
사신 「……아!」
소녀 「……」
사신 「어이, 봐! 보라구!」
소녀 「……」
사신 「싹이 나왔어!」
소녀 「……」
사신 「봐봐, 저기도, 여기도!」
소녀 「……」
사신 「다행이야…….……후후, 이렇게 작네」
소녀 「……」
사신 「어이, 봐봐.……응?」
소녀 「……」
사신 「……」
소녀 「……」
사신 「……보라구. 응?……」
49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2:29:03.66 ID:FpjNc+6J0
사신 「……」
사신 「……」
사신 「……그지? 귀여운 싹이지?」
소녀의 몸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사신은 소녀에게 말을 건넨다.
마치 거기에 소녀의 몸이 있는 것처럼 계속 이야기한다.
사신 「잘 자라면 좋겠다」
소녀 「……」
사신 「또 꽃이 피면 좋겠다」
소녀 「……」
사신 「이 주위를 전부 꽃밭으로 만들 거야」
소녀 「……」
사신 「……여기뿐 만 아니라 지구 전부를.」
소녀 「……」
사신 「……멋지겠지?」
소녀 「……」
49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2:41:04.59 ID:FpjNc+6J0
사신 「물 길어 왔어」
소녀 「……」
사신 「……이렇게 많으니까 물을 주는 것도 꽤 힘든데?」
소녀 「……」
사신 「그래도 해야지」
소녀 「……」
사신 「그렇지?」
소녀 「……」
사신 「……응. 알아」
소녀 「……」
49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2:52:39.06 ID:FpjNc+6J0
사신 「잎이 무성해졌다」
소녀 「……」
사신 「……온통 녹색이네」
소녀 「……」
사신 「조금은 원래의 지구로 돌아왔다……랄까?」
소녀 「……」
사신 「……그래. 아직 멀었지」
소녀 「……」
사신 「……」
49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2:56:53.95 ID:FpjNc+6J0
소녀 「……」
사신 「좋~아, 좀 더 노력해 볼까?」
소녀 「……」
사신 「사신이 이런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소녀 「……」
사신 「……하지만, 노력할 거야」
소녀 「……」
사신 「……함께 노력하자?」
소녀 「……」
사신 「……고마워」
50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3:30:47.26 ID:cDYQqkLwO
소녀의 해골은 벌써 옛날에 사라져버렸으니
다른 사람이 보면 사신 혼자서 말하고 있는 거지···
(´;ω;`)웃
50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3:38:29.05 ID:UGQCQtmKO
이거 얼마나 전개 된거야?
51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3:40:10.17 ID:ZCEZsXH7O
>>509
핵의 겨울이 오고 그게 끝나서
풀이 자랄 만큼 기온이 따뜻해진 데까지 도달했다구.
51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3:40:21.81 ID:FpjNc+6J0
싹들이 부쩍부쩍 성장했다.
줄기를 늘리고 잎을 펼치고 꽃봉오리를 열어 꽃을 피운다.
주위는 자욱한 꽃향기에 둘러싸였다.
사신 「달콤한 냄새가 나는군」
소녀 「……」
사신 「해도 따뜻하고, 기분도 좋고……」
소녀 「……」
사신 「……이 꽃들이 다 자라도,
또 씨가 나오겠지.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씨가」
소녀 「……」
사신 「심는 것도, 기르는 것도 더 힘들어지겠지?
……조금 우울해지는데」
소녀 「……」
사신 「……그래도 기쁘다」
51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3:47:35.34 ID:FpjNc+6J0
소녀 「……」
사신 「이번에 씨를 받으면, 저 멀리까지 심으러 가자?」
소녀 「……」
사신 「이봐, 거기, 무너진 거리!」
소녀 「……」
사신 「거기가 살풍경하니 딱 좋아.
흙 상태는 여기보다 나쁘지만, 반드시 자랄 거야」
소녀 「……」
사신 「아~ 기대되네」
소녀 「……」
사신 「거리도, 지구도, 전부 이 꽃으로 다 메우자」
소녀 「……」
사신 「꽃이 넘치는 세계에서 우리 둘이 사이좋게 살자」
소녀 「……」
사신 「둘이서……계속……」
51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2(土) 23:52:00.71 ID:FpjNc+6J0
사신 「……어라?」
소녀 「……」
사신 「뭐야, 그 벌레」
소녀 「……」
사신 「……파리짝퉁이랑은 다른 것 같아」
소녀 「……」
사신 「꽃에 모여 있다. 꿀을 마시러 온 건가?」
소녀 「……」
사신 「……또 신종, 일까?」
소녀 「……」
사신 「점점 느는군」
소녀 「……」
사신 「……하하」
51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0:00:10.00 ID:4v0zqS/j0
사신 「……저게 죽으면 사냥해야겠지」
소녀 「……」
사신 「하지만 그게 내 일이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야」
소녀 「……」
사신 「……이러고 있으면, 그것조차 잊을 것 같아」
소녀 「……」
사신 「이상해. 이런 건 처음이야」
소녀 「……」
사신 「아하하, 정말 이상해」
소녀 「……」
사신 「…….……이상해」
52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0:10:19.65 ID:4v0zqS/j0
사신 「 「죽음」이란건 누가 만들었을까?」
소녀 「……」
사신 「응? 난 아니야」
소녀 「……」
사신 「의외였어?」
소녀 「……」
사신 「……그렇지도 않은가?」
소녀 「……」
사신 「……만든 건 역시 「신」인가」
소녀 「……」
사신 「 「신」, 인가……」
사신 「……몇 개 시들었군」
소녀 「……」
사신 「……사냥해야지」
소녀 「……」
사신은 낫을 들고 빠져 나온 영혼을 향해 크게 휘두른다.
시간은 저녁.
석양 속으로 해방된 영혼 몇 개가 반짝,
사라진다.
소녀 「……」
사신 「……외롭다」
소녀 「……」
사신 「예전에는 영혼을 사냥해도 아무 느낌 없었는데」
소녀 「……」
사신 「……나는 역시, 이상해지는 것 같아」
소녀 「……」
53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0:34:44.46 ID:4v0zqS/j0
사신 「여기 말고도 먼데서 벌레가 많이 죽었어」
소녀 「……」
사신 「…….……사냥해야돼」
소녀 「……」
사신 「죽은 걸 이 세상에 두면 안 돼……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 있어」
소녀 「……」
사신 「……너는 거기 있어?」
소녀 「……」
사신 「사냥하는 건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아」
소녀 「……」
사신 「……지금은 그런 기분이야」
소녀 「……」
사신 「……다녀오겠습니다」
53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0:45:28.95 ID:4v0zqS/j0
지금까지 사냥하는 일에 어떤 의문도 어떤 감정도 없었다.
오히려, 쾌감마저 느꼈다.
그런데, 왜.
생명이 끊어진다.
영혼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외로웠다.
슬펐다.
허무했다.
나는, 나는 사신인데.
영혼을 사냥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어째서 낫을 휘두르는 팔이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는 것일까.
왜? 응? 「신」……
54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1:05:55.45 ID:4v0zqS/j0
사신 「……다녀왔습니다」
소녀 「……」
사신 「아니, 괜찮아. 괜찮다구……」
소녀 「……」
사신 「…….……그래, 씨 채집할까」
소녀 「……」
사신 「 벌써 한밤중이니까. 해가 뜨면 하자?」
소녀 「……」
사신 「……이제 자자. 자고 싶다」
소녀 「……」
사신 「…….……오늘도, 좋은 달이구나」
소녀 「……」
사신 「……자자」
54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1:08:24.20 ID:4v0zqS/j0
담배 떨어졌다
근처 편의점 가서 사 올게
가는 김에 레드불(강장음료)도 사올까
54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1:10:17.52 ID:uHstCEzu0
다녀와~
자야 되는데 신경 쓰여서 못 자겠어
54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1:20:17.60 ID:HmTJHCpm0
오래전에 눈 안 보이는 소녀와 사신 이야기도 있었는데 같은 사람인가?
557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1:42:49.43 ID:4v0zqS/j0
지금 귀환했다
렛드불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날개가, 날개가 돋아나 우우우우우우!
>>549
달라~
근데 나도 그거 읽은 적 있어. 좋은 이야기였지, 또 읽고 싶다.
55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1:44:24.73 ID:Lj4ynN0tO
>>557
진정해 괴짜
55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1:45:11.18 ID:LnKa2vXLO
문장과 >>1의 격차가 너무 커ww
57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2:10:23.28 ID:4v0zqS/j0
사신 「……아침, 인가?」
소녀 「……」
사신 「좋은 아침」
소녀 「……」
사신 「……응. 좋은 아침」
소녀 「……」
사신 「자 그럼, 씨 채집할까」
소녀 「……」
사신 「……해가 높이 뜨면, 그 거리에 가자. 부서진 거리」
소녀 「……」
사신 「부서진 건물을 초록색으로 숨기자」
소녀 「……」
579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2:22:58.65 ID:4v0zqS/j0
사신 「……후우, 씨는 이게 다겠지?」
소녀 「……」
사신 「……태양이 벌써 저렇게 떴네」
소녀 「……」
사신 「그 거리에도 잘 뿌리 내렸으면 좋겠어」
소녀 「……」
사신 「……괜찮아, 괜찮아」
소녀 「……」
사신 「……, 갈까?」
사신이 걸을 때 마다 꽃향기가 춤추고,
벌레들이 날며 맴돈다.
그러나 꽃씨를 뿌렸던 곳을 떠나니
다른 곳은 아주 조용하다.
사신은 계속 걷는다.
이 세계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70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5:39:37.67 ID:4v0zqS/j0
그 꽃씨는 거리의 잔해 안에도 뿌리 내렸다.
갈라진 콘크리트 사이에 싹이 트고 잎이 펼쳐졌다.
날마다 쑥쑥 자라는 풀과 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사신과 소녀.
사신 「……아릅답다」
소녀 「……」
사신 「전에는 여기도 죽음의 세계였는데」
소녀 「……」
사신 「우리가 했어? ……나도 안 믿겨져」
소녀 「……」
사신 「다음은 어디 갈까?」
소녀 「……」
사신 「어디에 이 씨를 뿌릴까?」
소녀 「……」
사신 「……응. 기대되네」
70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5:51:11.05 ID:4v0zqS/j0
사신은 꽃씨를 손에 쥐고 소녀와 계속 걷는다.
황무지에도, 그을린 거리에도, 아직 언 땅에도 뿌렸다.
어디에서라도 싹이 성장하고 꽃이 핀다.
그것은 확실히 기적이었다.
사신 「 「신」은 정말로 있을지도 몰라」
소녀 「……」
사신 「……분명히 있을거야」
소녀 「……」
사신 「그럼……다시 걷자」
소녀 「……」
사신 「이상하게 전혀 지치지 않아.
……지금이라면
어디까지라도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아」
소녀 「……」
사신 「가자……응?」
소녀 「……」
71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6:28:01.42 ID:4v0zqS/j0
씨를 계속 뿌리는 여행은 몇 백 년 동안 계속 되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주위에는 생명이 넘쳐흘렀다.
여러 종류의 생물이 태어났다.
사신 「……떠들썩한 별이 되었구나」
소녀 「……」
사신 「한 번 죽었는데, 생명은 참 대단하군」
소녀 「……」
사신 「……저게 죽으면 또 사냥해야겠군」
소녀 「……」
사신 「태어나고, 죽고, 새로운 생명을 남긴다.
당연한 섭리니까」
소녀 「……」
사신 「이렇게 또 생명은 늘어난다.
그러니까……그걸로 됐어」
소녀 「……」
그렇게 말하며 사신은
하늘을 헤엄치는 새와 물고기가 합쳐진 생물무리를 본다.
땅거미가 지고 무리의 그림자는 멀어져 간다.
사신은 미소를 살짝 지으며
무리의 뒷모습을 계속 지켜본다.
72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6:50:33.30 ID:4v0zqS/j0
몇 천, 몇 억년이 흘렀다.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생명이 죽고,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생명이 태어났다.
……그리고, 꽃씨를 심는 여행도 마지막.
사신 「여기는……처음에 씨를 심었던 곳?」
소녀 「……」
사신 「그래, 돌아와 버렸어. 어느새 이만큼이나 걸었지?
……꽤 변했군. 저렇게 큰 나무가 있었던가?」
소녀 「……」
사신 「……그래도, 그 붉은 꽃도 제대로 잘 폈네」
소녀 「……」
사신 「…….……돌아왔다」
소녀 「……」
사신 「이제 씨를 심지 않아도 생명은 잘 자랄 거야」
소녀 「……」
사신 「……우리 역할은 끝났다」
소녀 「……」
738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7:27:49.51 ID:4v0zqS/j0
사신 「……쉴까?」
소녀 「……」
사신 「과연, 좀 지쳤다」
소녀 「……」
사신은 초원에 앉는다.
변함없이 꽃의 달콤한 향기에 둘러싸인 곳,
밝은 태양이 부드럽게 비춘다.
꽃 위에서 장난치는 벌레들과 달리는 작은 짐승들.
온화한 표정으로 있을 리 없는 소녀의 몸을 껴안는 사신.
사신 「너도 지쳤지?」
소녀 「……」
사신 「여기서 영원히 생명의 순환을 지켜보며
……푹 쉬자」
소녀 「……」
74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7:37:58.83 ID:4v0zqS/j0
사신 「……이제 몇 천, 몇 억년 뒤에
또 너희들 인간 같은 생물이 나타날지도 몰라」
소녀 「……」
사신 「그 때 그 애들은 어떻게 할까?」
소녀 「……」
사신 「……이 별을, 어떻게 할까?」
소녀 「……」
사신 「……」
소녀 「 」
사신 「……에?」
소녀 「 」
사신 「……. 응……응, 그렇겠지」
소녀 「……」
사신 「……」
75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8:10:54.75 ID:4v0zqS/j0
몇 억, 몇 십 억 년.
영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살고 죽고, 새로운 생명을 얻고,
살아남기 위해 시간을 들여 모습을 변형 시킨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빠르게 달리는 다리를 손에 넣었고,
어떤 사람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손에 넣었고,
어떤 사람은 지능을 얻었다.
사신과 소녀는 둘이서 꽃밭에 걸터앉아
진화하는 생물들을 계속 지켜본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온화한 날들이었다.
755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8:23:34.52 ID:4v0zqS/j0
「다녀오겠습니다」
「또 그 꽃밭에 가?」
「응. 왜냐하면 무지 예쁘거든」
「그래…….
……가도 되지만, 절대로 함부로 망치면 안 돼」
「그런 일 안 해. 근데 왜?」
「그 꽃밭에는 「신」이 있으니까」
―끝-
75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8:24:37.19 ID:SEW/igpo0
>>1 수고
아름다운 끝이다
19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1(金) 23:59:53.70 ID:Sem8oVJSO
벡신스키×개그만화
61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07:23:51.34 ID:C2y8c5s50
끝 예상해 줄게www
사신이 지구를 원래대로 되돌려서
사신 자신이 기적을 일으킨 신이 되는거야,
가끔 비치는 「신」이라는 단어가 복선이지
781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8:33:54.07 ID:4v0zqS/j0
끝입니다.
읽어 준 분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쓰는 게 늦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덧붙여서 아직 팬티 입지 않았습니다.
>>611 보기 좋게 결말 들통났다wwww우와wwwwwwww
조금 초조했지만,
새로운 라스트 생각할 수 없어서 그냥 이대로 속행시켜 버렸다.
>>191
벡신스키도 개그만화도 좋아하니까 기뻐.
796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3(日) 18:41:44.70 ID:yd+nWnOlO
>>1수고
좋은 이야기였다. 이런 거 좋아.
또 이런 이야기 기대할게.
고마워.
890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 : 2009/08/24(月) 02:16:50.00 ID:2c5gLT/pO
>>1수고
훌륭한 작품 고마워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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