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주 전 퇴근길에 동남아남자가 제 허리를 감은 적이 있지요.
처음 듣는 언어로 꿜렁꿜렁 어쩌구 하면서 진도를(?) 더 나가려고 하더군요.
원래 욕 잘 안하는데 정말 방언 터지듯 욕설이 나갔어요.
원래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목이 쉬도록 비명을 질렀지요.
엉겁결에 뺨을 한 두대 때렸는데 제가 너무 놀라서 힘이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
안 아팠나봐요... 그 놈이 막 웃으면서 맞더라고요. 아 어찌나 무섭던지.
9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앞머리가 꼬불거리면서 옆으로 넘어가는 토나오는 헤어스타일에
키는 꼬꼬마 중 꼬꼬마를 자랑하는 저랑 같은 눈높이(대략 160?)
처음 보는 남자를 때린 저도 무섭고, 그걸 웃으면서 맞는 그 놈도 무섭고
근데 제일 무서웠던 건...
제가 그렇게 소리지르고 욕하면서 남자 뺨을 때리고 있는데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구경만 하고있던 사람들이었어요.
교훈 1. 대로변이라도, 사람이 많은 곳이라도 위험합니다.
간혹 옷을 야하게 입거나 밤늦게 다니는 여자 잘못으로 매도하는 사람도 많은데
당한 여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시도한 성추행범이 잘못된 것입니다.
저 그날 쌩얼에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였는데 워낙 유아체형이라 안 야했습니다.(알잖아다들ㅋ)
그냥 키가 작고 마르고 퇴근 후라 힘없어 보여서 즉, 만만해서 선택된 운 없는 여자일 뿐입니다.
이제 퇴근길에는 힘차고 당당하게 파워워킹을 합시다. (ㅅㅂ) ㅋㅋㅋ
교훈 2. 위험에 처했을 때 비명만 지르지 말고 자신의 상황을 알리며 도움을 청합니다.
예) 이 사람이 절 만졌어요! 거기 초록색 티 입은 오빠, 저 좀 도와주세요!
성추행 이야기를 주변에 했더니, 제 대처 방식이 옳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 많은 길가에서 여자가 남자 뺨때리면서 소리지르는 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인들끼리 싸우는 걸로 보여서 쉽게 개입을 못할 거랍니다.
특히 사람이 많으면 책임전가가 쉽기 때문에 한 사람을 콕 찝어서 도움을 요청하도록 합시다.
그런 미친놈이랑 연인관계로 오해 받은 것도 짜증나지만 실컷 때리지 못한 나한테도 짜증이 납니다.
이왕 때릴 거 가랑이를 발로 차서 고자를 만들어 놨어야 되는데, 진짜 아무 생각도 안나거든요 그 상황에서는...
평소에 시뮬레이션을 좀 해놔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