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20
여자친구 20
둘 다 같은 대학교 학생.
수험을 앞두고 우리 학교에 구경 온 여동생과 함께 있던 것을
여자친구의 친구가 보고 말을 전해 바람 핀다는 오해를 받았다.
사전에 여동생이 우리 대학에 올 거고, 내가 안내할 거라고 다 설명했었는데.
아무리 오해를 풀려고 해도 바람둥이라며 내 말을 뚝 자르고 무시했다.
게다가 여자친구는 수험 때문에 정신없는 여동생을 이리 데려와 보라고도 말했다.
결국 여자친구는 자기 분에 못 이겨 나가버렸고 오해는 풀리지 않은 채 끝났다.
그런데 다음날 놀랍게도 여자친구가 먼저 사과했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엉뚱하게 너한테 화풀이 해 버렸네. 미안」
솔직한 사과에 감동받고 나는 여자친구에게 새삼 반했다.
화해의 데이트를 끝내고 여자친구를 내 방에 재웠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내 머리가 빡빡 깎여있었다wwww
「날 두고 바람 핀 댓가다! 반성해! by여자친구」
이런 편지가 바리캉과 머리카락이 든 비닐 옆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연락이 두절됐다.
학교에서 말을 걸려고 해도 그녀의 친구들이 날 막아세웠다.
이미 내가 바람 피다가 채인 남자라는 소문이 쫙 퍼졌다.
게다가 빡빡머리. 너무 비참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매달려 여자친구와 간신히 다시 사귀게 됐다.
예전과는 달리 편한 몸종 취급이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충성을 바쳤다.
권력은 그녀>나지만 일단 연인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왔다.
여자친구를 먼저 재우고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자른 길이는 나랑 비슷했으니까 뭐, 문제없지?
「날 두고 원조교제 한 댓가다! 반성해! by나」
이런 편지와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아버지가 함께 찍은 사진, 바리캉을 두고 왔다.
남녀의 차이 때문인지 나보다 여자친구가 데미지가 더 컸다.
여자친구는 폭탄녀라는 딱지를 못 견디고 대학을 그만뒀다.
나도 꽤 불편했지만 친구들 덕에 어떻게든 무사히 졸업했다.
그때 걔랑은 이제 아마 만날 일이 없겠지만
이제는 이렇게 속 좁은 나를 이해해주는 연인이 생겼으니까
액땜삼아 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