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개옷
20년 전.
우리 동네에 살던 야쿠자 아저씨가
그 아저씨네 푸들한테 정장을 입힌 걸 보고
나도 우리집 똥개 흰둥이한테 옷을 입히고 싶었다.
부모님께 졸랐더니
개한테 옷을 입히는 건 안 되지만
비오는 날 레인코트 정도는
입혀도 괜찮겠다고 하셨다.
(우리집은 비가 와도 개 산책을 안 빼먹었다.)
하지만 그때는 애완동물이 유행을 타기 전이라
소형견용 레인코트 정도 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무지무지 비쌌다.
내가 직접 만들 수밖에 없었다.
준비물은 검은 쓰레기봉지.
머리랑 앞발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가위질을 몇 번 한 다음, 뒤집어 씌웠다.
나도 쓰레기봉지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의기양양하게 산책했다.
「커플룩으로 산책하는 주인과 개라니. 완전 패셔너블해~」
...라고 생각했다.
산책을 하던 중에
흰둥이에게 입혔던 쓰레기봉지 코트가 벗겨졌다.
슬프지만 결국 남들이 보기에는
쓰레기봉지를 뒤집어 쓴 소녀와
흠뻑 젖은 똥개일 뿐이었다.
흰둥이는 나와 16년을 함께 살아 줬다.
흰둥이는 애완동물이 유행을 타기 바로 직전에 죽었다.
결국 우리 흰둥이가 살면서 입었던 개옷은 쓰레기봉지 뿐이었다.
번역 : 행복한 마조히스트(sweetpj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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