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안 가?」
엄마가 갑자기 전화했다.
그때 나는 대학교 3학년이라 취업준비에 한창인 무렵이었다.
「바빠서 안 돼」라고 했지만 엄마는 좀처럼 단념하지 않았다.
「어떻게 좀 안 되겠어?」 「지금 중요한 시기니까. 취직 정해지면 가자」
「그래···」어머니는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왜 그럴까싶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그리고 반년 후에 엄마가 죽었다. 암이었다.
이미 의사가 반년 남았다고 말해 줬던 것 같았다.
의사나 친척에게는 아들이 지금 중요한 시기니까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던 것 같다.
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알바를 하면서 나를 대학까지 가게 해 준 엄마.
오키나와에 가고 싶다는 건
지금까지 나만을 위해 살아 온 엄마의 처음이자 마지막 소원이었다.
숙모에게 어머니가 병원에서 가지고 있던 내 초등학교 그림일기를 받았다.
팔락팔락 넘기는데 사진이 껴있는 페이지가 있었다.
그 페이지에는
「오늘은 오키나와에 놀러 왔다. 바다가 예쁘고 구름이 예쁘다. 즐겁다.
계속 놀다가 여관에 돌아가자 온 몸이 지독하게 아팠다.」
···그런 게 써 있었다. 완전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온 뒤로 계속
「나중에 커서 아빠 엄마를 오키나와에 데려가 줄게!」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걸 쭉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래사장위에서 우리 가족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엄마가 전화를 걸었을 때,
나는 왜 엄마의 유일한 소원을 들어 줄 수 없었던 걸까.
이제 더 이상 엄마의 은혜를 갚을 수가 없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