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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가 번역하는 공포

[2ch] 전 여친이 좀 이상한 여자였어-1-










[2ch] 전 여친이 좀 이상한 여자였어-1-






1 : 1:2010/08/10(火) 18:32:22.63 ID:exLgNBnJ0


그녀는 내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친구였어.


































4 : 1:2010/08/10(火) 18:34:43.46 ID:exLgNBnJ0


대학교 다닐 때 이야기야.




우리는 같은 문학부였어.

그녀(S)는 무척 말랐어.

세련된 맛은 없었지만 수수하고 그냥 그런대로 좋았어.





난 고등학교 때는 그저 그런, 따분한 애였어.

뭐 대학에 와서는 간신히 이미지를 바꿔서 친구도 많이 생겼고,

그렇게 사귄 친구를 통해 S도 사귀게 됐어.













6 : 1:2010/08/10(火) 18:38:29.80 ID:exLgNBnJ0

사귄다고 해봤자

중딩들처럼 그저 손을 잡고 걷거나 하는 게 다였어.

근데 나한테는 첫 여자친구였다구.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어.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그녀가 이상해 지더라.

갑자기 울려고 그러는거야.

갑자기 엄청 침울해지고 말이야.

무슨 일 있는 건지 괜찮은 건지 물어봐도

그저 미안하다며 고개를 저을 뿐.













9 : 1:2010/08/10(火) 18:42:57.07 ID:exLgNBnJ0

볼 때마다 점점 살이 더 빠졌어.

그렇게 점점 말라가는 걸 보는 게 제일 안타까워서

왜 그렇게 마르는 거냐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자기가 폭식증이라는 거야.

쉽게 이해가 안 되더라.

폭식증이라는건 많이 먹는 거잖아.

먹으면 살이 쪄야 되잖아.

근데 왜 마르지?





그때 S의 어깨를 잡았는데 되게 가늘더라.

S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어.





“난... 먹은 걸 전부 토해.”






















12 : 1:2010/08/10(火) 18:48:18.84 ID:exLgNBnJ0

그때는 아무 말도 못 했어.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상해진 것 같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그게 거식증이라는 질병이란 걸 알았어.

가급적이면 S 곁에 있어주려고 노력했어.





말할 때는 구토 때문인지 조금 이상한 냄새가 나곤했어.

하지만 그런 얘기를 S한테 직접적으로 할 수 없어서

향수를 선물했어.

S는 베이비돌이라는 향수가 제일 맘에 들었는지 매일 그걸 뿌렸어.





하지만 뾰족하게 올라온 무릎이나 선명하게 튀어나온 쇄골 같은 게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너무 걱정되는 거야.

근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그냥 혼자서 울기만 했어.













15 : 1:2010/08/10(火) 18:53:26.27 ID:exLgNBnJ0

S의 방에 놀러 가면 S는 항상 직접 만든 요리를 한가득 내왔어.





근데 그게 말이지

섭식 장애 환자의 특징 중 하나더라구.

남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만족하는 거래.

다른 사람이 뚱뚱해지는 걸 보면서 우월감을 느낀다나.





그걸 다 알면서도 난 그 요리를 다 먹었어.

그 요리를 만든 이유가 뭐든, 아무튼 맛있었거든.

밥 먹고, TV 보고, 침대에 누워 음악이나 듣고.

어떻게 보면 평온한 나날이라 행복했어.













16 : 1:2010/08/10(火) 18:58:17.45 ID:exLgNBnJ0

울거나 우울해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도

점점 알겠더라고.

아기를 어르는 것처럼 토닥여주면서 꽉 안아주면 돼.

하지만 세게 안으면 뼈가 부러질지도 모르니까 약하게.





그 무렵 S의 몸무게는 아마도 40정도 였겠지.

아니 30대 였을지도 몰라.

아~ 모르겠다.

키는 150cm였는데.













20 : 1:2010/08/10(火) 19:15:27.30 ID:exLgNBnJ0

거식증으로 매일 토를 하는 말라깽이 그녀를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참 많이 고민했어.





날 좋아한다고 말하고 수줍게 웃을 땐 귀여웠어.

직접 요리를 만들어주고 조금 불안해하며 맛있냐고 묻는 모습도 귀여웠고.





하지만 과식한 후 쓰레기 봉투를 보면 소름이 돋았어.

무지무지 많은 양의 과자 봉지, 빵 봉지, 젤리 껍데기.

함께 길을 걷다보면

경찰이 무슨 약하는 거 아니냐며 검문하곤 했고.













25 : 1:2010/08/10(火) 19:25:20.04 ID:exLgNBnJ0

그때 상황은 「공의존(共依存)」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

*공의존(共依存) :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중독증.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미를 발견하는 것.





우린 계속 S의 방에 틀어박혀있었어.

나는 누가 날 필요로 한다는 감각에 중독됐어.

난 S가 아니라, 그 감각을 사랑했던 걸까?

잘 모르겠네.





언젠가 S의 수업 노트를 빌리려고 방을 뒤진 적이 있어.

그러다가 분홍색 노트를 찾았지.

이건가 해서 펼쳤더니 무슨 숫자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어.





매일 몸무게, 허리사이즈, 다리 굵기 등등을 기록한 노트더라.

조용히 덮었지.













26 : 1:2010/08/10(火) 19:30:26.74 ID:exLgNBnJ0

점점 누가 날 필요로 한다는 감각에 시들해졌어.

귀찮더라고.

그래서 S한테 밥 좀 잘 먹으라고, 토 좀 그만하라고 말했거든.

그랬더니 울더라고.

왜 그러냐고, 자긴 이렇게 살쪘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면서.





자기가 날씬하다는 자각이 없었던 거야.

S는 거리를 걷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 완전 말라깽이 같지 않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곤 했어.

자기가 더 말라깽이면서.













29 : 1:2010/08/10(火) 19:35:04.55 ID:exLgNBnJ0

아무튼 S가 점점 해골바가지처럼 변해가는 게 무서워서

여기서 더 마르면 싫어질 거라고 했지.

물론 농담조로.

나도 많이 지쳤고

그 정도는 들어주길 바랬어.





아주 그냥 미친듯이 울더라.

거짓말이라고, 그냥 농담이이라고 간신히 달랬어.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만약에 정말로 헤어지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되지?





토 냄새 위장용 향수는

계속 줄어들고 사라지고, 그랬어.













31 : 1:2010/08/10(火) 19:41:40.49 ID:J+iggO360

그 무렵 S는 나 없이는 외출도 못 할 정도였어.

슈퍼 갈 때도, 편의점 갈 때도, 옷을 살 때도.

계속 내가 옆에 있지 않으면 울었어.

학교에 가도 당연히 함께 있어야 했고.





다른 강의실에서 수업 받을 때는

수업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어」,「외로워」같은 문자를 보냈어.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할 때 쯤에...





























32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2010/08/10(火) 19:44:44.95 ID:SLjrwRS3O

>>1도 참 힘들었겠네 (´・ω・`)





33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2010/08/10(火) 19:45:21.66 ID:vL/hYakx0

il||li▄█▀█●il||li





34 : 以下、名無しにかわりましてVIPがお送りします:2010/08/10(火) 19:45:40.94 ID:IJcauxNV0

왠지 이 글에서 한기가 느껴지는데

이거 실화야?



































36 : 1:2010/08/10(火) 19:48:02.20 ID:J+iggO360

어느 날 아침, 목욕탕에 들어가니 몸에 잇자국이 가득했어.

동물 같은 게 아니라 분명히 사람 잇자국이였지.

너무 놀라 목욕탕에서 뛰쳐 나와서

S한테 이게 뭐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널 좋아하니까 한 번 먹어본 거야」라며 미소를 짓더라고.





너무 무서워서 울었어.

그리고 우리집으로 돌아왔고. 아주 전속력으로.

뜨거운 물을 막 끼얹어도 춥더라.

너무 무서워서 등이 엄청 찼거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물리고도 계속 잔 내가 더 무서워.







-2편에 계속-




번역 : 행복한 마조히스트(sweetpjy.tistory.com)